현대건설 출신 고 고유민 선수 유족 측이 전 소속팀 현대건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고유민 선수는 지난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고유민 선수는 지난 3월 소속팀과의 계약이 해지된 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족 측은 현대건설 배구단과 구단주 등 관계자를 사기와 업무방해, 사자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고유민 선수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간 책임이 구단과 구단 관계자들에게 있다는 취지입니다.
유족 측은 또 구단 등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도 고소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조사할 예정인데요. 프로구단과 소속 선수 사이의 계약에도 근로기준법이 적용될 수 있을까요? 네이버 법률이 알아봤습니다.
유족 측은 2017년 4월 이도희 감독 부임 후 고유민 선수가 훈련에서 배제됐고 원래 포지션인 레프트 대신 리베로 포지션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스트레스가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줬다는 입장입니다. 유족 측은 이런 구단의 결정이 근로기준법상 강제근로의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고유민 선수 사건에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려면 프로배구 선수의 신분이 법적으로 근로자인지 아닌지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 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입니다.
간단히 말해 구단과 선수 사이에 근로와 임금을 대가로 하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면 선수도 근로자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프로 스포츠 시장에서 이런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한국프로야구위원회(KBO) 에이전트 자격을 갖고 있는 천우석 변호사(인석법률사무소, 후에고)는 “스포츠 선수를 근로자로 보기 위해선 매우 구체적인 사안이 포함된 근로 계약서가 작성돼야 한다”면서 “국내 프로스포츠 시장에선 사실상 구단과 선수간 계약이 근로게약으로 인정되기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현장에선 프로 스포츠 선수를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프로선수의 활동이 가치를 창출하는 생산 활동인 노동과 거리가 있고, 숙련도나 경력이 아닌 개개인의 인기와 성적에 따라 연봉이나 계약금이 정해진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노동시장의 구조와는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구단이 프로 선수의 출퇴근이나 지시나 통제 등을 통해 감독 및 관리를 철저히 한다는 점에서 프로선수도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변진호 노무사는 “선수나 연예인의 경우 철저한 통제가 이뤄지긴 하지만 매우 특수한 전문직이어서 프리랜서식 전속 위임 계약이 대부분”이라며 “소속팀 이동도 잦아 언제든 계약 해지가 가능한 형태인 만큼 일반적인 근로계약이 프로 스포츠 시장에서 존재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말했습니다.
‘레프트→리베로’ 포지션 변경…강제근로 규정 위반?
유족 측은 고유민 선수의 포지션을 레프트 공격수에서 수비를 전담하는 리베로로 변경한 것에 대해 근로기준법상의 강제근로 규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 역시 강제근로로 보기 애매하다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유족 측은 레프트 포지션에 익숙한 고유민 선수가 거절했는데도 리베로 포지션으로 변경한 것이 강제근로라는 입장인데요.
변 노무사는 이에 대해 “일반적인 회사에서의 인사이동 역시 근로자가 거절하더라도 부당하다고 보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선수들의 포지션 변경을 강제한 행위가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했다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